가을이 오면

시인 윤동주의 시에,

( 내 인셍에 가을이 오면 ) 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지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중략) ”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습니다. 

무덥고 길고 긴 시카고 특유의 여름인가 해서 나름대로 각오을 했었는데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서 오는 소리가 나는 거 같지요?

올 여름에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해야, 

푹우, 홍수, 가뭄., 비행기추락사고, 배 전복사고 같은 불행했던 대형사고 뿐이었나 해서 마음이 편치 않고 

기억에 간직하고픈 추억이라 할 게 없어 보이네요.  

날로 세상은 핍박하고 어지러워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자라던 청소년기에는 너무 노는 것만 좋아해서 부모님 속을 썩여드렸던 것 같아 

이젠 곁에 안 계시는 그 분들께 뒤늦게야 죄송스러워 하고 있지요.

여름방학만 시작하면 

그날로 쌀독에서 한 바가지를 푸거나 거짓말 ?  해서 조금씩 모아두었던 몇 푼 안되는 돈을 움켜쥐고 

무작정 집을 나서서는 친구들과 또는 혼자서 싸 돌아다니다가 보통 차비가 떨어져 개학 날까지 돌아오지도 못하고 

헤매다 제대로 못 먹어서 바싹 마르고 얼굴이 검둥이처럼 돼서야  죽었을까 살았을까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신 아빠 엄마 앞에 나타나 혼나고는 또 학교에 나타나서도 담임선생님께 진짜로 크게 혼나던 생각이 나네요.

그러고도 다음 해 여름엔 또 밥상위에다 쪽지만 남기고는  또 달아나고는 했었지요.

그런 세월이 앞으로도 영원히  다시 오는 줄 알았는데

세월은 훌쩍 흘러 제가 인생의 가을도 지나 겨울에 서 있으니 말입니다.

윤동주 시인께서 지금 살아 제 곁에 계시면 

“당신은 인생의 봄 여름 가을도 다 그렇게 그렁저렁 보냈으니 과연 한심하네요.” 

그러며 흉을 보고도 남을 것 같아 그분이 곁에 안 계시는데도 창피해 얼굴이 빨개지는 듯 합니다.

이제 겨울의 어느날 

꼼짝없이 하느님 앞에 불려가 

“너는 내가 맡겼던  네 인생의 가을엔 너 자신에게 무어라고 물을 게 있었더냐?” 하실 때면 

저는 과연 아무 드릴 말씀조차 없어 고개만 떨구고 있을 것 같아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서 꾀를 하나 냈을까 싶습니다.

“주님께서 심어주신 엄마들 태안의 어린 생명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지 말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과연 실제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지를 누가 따져본다면 보여드릴 것이 없을 것만 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저 윤동주 님의 시를 생각하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어린 생명 하나라도 구원되기를 기도해 보는 저녁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이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 중 아직 가을의 문턱도 멀었고 한창 여름인 걸요. 걱정 없어요.

그러실 분이 계식지도 몰라 저의 부끄러운 지난 경험을 꺼내 보여드렸었습니다.

지나보니 너무 빠르고 너무 잠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앞으로 가을을 만나시게 되면

윤동주 님의 시를 기억하시며 가을엔 자신에게 뭐라고 물을실 건지

미리 준비해 주셨으면 하는 노파심으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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