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찾아서
미국 전역이 얼어붙었습니다.
어느 지역은 100년 만에 오는 추위라 하고 따뜻하기로 유명한 플로리다에까지 눈이 오고 얼음이 얼었습니다. 추우면 몸이 움츠러들어 잘 움직이지 않게 되는데, 마음까지 얼어붙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 축일입니다. ‘공현’이라는 말은 '공적으로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적으로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받음으로 모든 민족의 구세주가 되심을 드러내셨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그들이 별을 보았기 때문에 길을 떠났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길을 떠났기 때문에 별을 보았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말씀처럼 그들의 마음은 참 지혜에 열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늘이 그들에게 보여 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동방에서 박사들이 베들레헴에 왔다는 말은, 하느님에 대해 알려 줄 예수님이 이스라엘을 찾아오셨지만, 이스라엘은 그 분을 외면하였고,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와 그분을 경배했다는 말 입니다. 이런 동방박사(이방인)의 열망과는 달리 헤로데와 예루살렘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습니다. 동방 박사들이 여정을 거의 마칠 무렵까지 예루살렘과 헤로데는 잠들어 있었습니다.
동방박사들의 출현으로 역사를 뒤 바꿀 새로움에 직면했을 때 혼 란스러움 안에서 어쩔 줄 모르는 헤로데의 모습에서 장차 벌어질 예수님의 십자가와 죽음이 보입니다. 변화와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기득권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새로움을 막아 내듯, 변화와 뒤바뀜을 두려워하는 헤로데는 간교한 계략으로 변화와 새로움을 거부 합니다.
베들레헴의 구유를 향해 길을 떠난 박사들의 모습은 말씀을 찾아 나선 신앙인들의 여정을 말합니다. 그들은 별을 보고 인간에게 주어진 구원의 말씀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들은 따뜻하고 안전하던 자기의 삶의 터전을 떠납니다. 오래전에 아브라함이 자기 친지와 친척과 고향을 버리고 떠났듯 말입니다. 떠남은 쉽지 않지만, 떠나면 고생이란 말을 뒤로 한 채 오롯한 마음으로 별을 쫓아 갑니다.
결국 하느님을 향한 동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말씀을 만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만나 뵙고 경배한 다음 준비한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예물로 바칩니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이 얼마나 수고로웠는지, 얼마나 먼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조용히 사라집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찾아야 합니다. 찾겠다는 마음과 그것을 위해 떠나겠다는 용기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길을 떠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았던 삶의 온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있듯 우리게도 수많은 욕심의 별들이 함께 있습니다.
화려한 왕궁처럼 재물이나 지위가 꾸며주는 화려한 별은 하느님의 별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갖고, 더 나은 지위 얻어, 우월감을 가지고 살겠다는 화려한 별도 말씀의 별이 아닙니다. 말씀이 초라한 구유에 한 아기의 연약한 모습으로 누워 있음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는 말씀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찾아 길을 가는 우리가 무슨 별을 봐야 하는지 알게 합니다. 어두운 밤에 별이 빛나듯, 초라하고 고통당하는 약한 이웃을 외면하면, 말씀으로 인도하는 별은 우리로부터 사라집니다. 하느님의 보살핌 안에서 우리가 살듯 우리의 보살핌 안에서 별은 빛나고 주님의 말씀은 살아계십니다. 그것이 우리가 바쳐야 할 황금(재물)과 유황(기도)과 몰약(자기 죽음)입니다.
별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이기심과 헛된 망상의 구름이 걷히면, 하느님 말씀은 별처럼 보입니다. 초라하고 고통스런 약자들은 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우리 주변에 많습니다. 그 별을 향해 우리는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를 인도하는 별이 빛을 발 할 것입니다. 헤로데와 예루살렘의 학자들처럼, 간교한 주문도, 스스로를 막고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내 삶의 이기심도, 말씀을 향한 우리의 발길을 막지 못합니다. 말씀을 향해 조금씩 움직이는 우리의 삶 안에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오소서 주 예수님!
우리의 이기심과 무관심의 온상을 뒤로 하고 떠나야 합니다. 우리의 죄도, 우리가 받은 상처도, 모두 잊어 버려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과거를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시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을 향해 길을 떠나면, 별이 되어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오소서 주 예수님!
바오로 사도는 오늘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는 것은 혈연이나, 능력, 학벌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증거하고, 신앙의 빛으로 비추어야 참된 상속자가 된다고 말합니다. 많은 성당과 교회는 성탄을 맞아 멋진 트리를 세우고 그 위에 예쁜 불을 밝힙니다. 도시의 밤에 많은 불빛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십자가의 불을 밝히고, 트리의 전구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우리들의 신앙의 불을 밝히는 것, 희망의 빛을 비추는 것, 그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주님을 드러내고 주님께 드리는 참된 경배입니다.
춥습니다.
세상은 얼어붙지만 우리 마음을 얼지 않아 따뜻하게 주님을 감싸는 우리였으면 합니다. 우리는 하늘에 수많은 별 중 어떤 별을 찾아 갑니까?
– 김 두진(바오로)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