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상혀

                                                ( 속 상혀)

어제도 그러더니,
그 처녀는 오늘도 집에 가는 길에 들렸다며 또 찾아왔다.
”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일남씨한테서 편지는 왔구요?”
(얼레, 얼씨구! 누구 맘대로 어머니여?)
” 응, 오늘 아침에 편지 받았어.”
” 뭐라고 제 안부는 묻던가요?”
” 참말로 고상혀. “
” 아이, 어머니두. 새삼스럽게. 제가 고상하다는 말이야 자주 듣긴 하지만..”
” 아가씬 시방 뭔 소리여? 우리 아들이 이라크에서 고생한다는디.
  아가씨는 고상하다기 보다는 속상혀. 어서 집에나 가봐.”

                                                 * *

                                                  (어느새 정월 초하루)

세월 빠른 거야 새삼스럴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제 새해 들어서서 겨우 3일이 지난 날 친교실에서 만난 교우님은
좀 너무하다 싶었다.

“형제님. 참 세월이 너무 빠르죠? 글쎄 벌써 1 월하고도 3 일이네요.”
” ??? !!! ???… 아, 하긴 그렇군요. 대림절이 어느새 겨우  열한달 밖에 안남았으니…”

                                                  * *

                                                 (이상한 사람)
젊은이들의 모임에 갔던 딸아이는 싱글벙글 하면서 들어섰다.

” 아빠. 오늘 모임에서 정말 저의 이상형(理想形)을 만났어요. 기뻐해 주세요. “
순간적으로 난 참으로 난감해졌다.
” 얘야. 나의 사랑스런 딸아.
  네가 엄마를 닮았다면야 어쩔 도리 없겠지만  이 아빠를 닮은 네가 어째서 그런
  경솔한 판단을 했단 말이냐? 네가  이상형(異常形)을 만나야 하다니?
  좀 더 시간을 두고 아빠같은 이상형(理想形)을 기다려 보자꾸나.”
” 전 싫어요. 그러다가 정말 아빠같은 이상형(異常形)을 만나면 어쩌라고요. “

요즘 세상엔 이상한 사람도 하도 많다보니 누가 정말 이상한지 헷갈리기도 하고
그래서 난 정말 이상하다.

                                                 * *

                                                   ( 올라 – HOLA )

정부나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행운아들이야 걱정할 일이
아니겠지만 나같은 어디 기댈곳 없는 졸장부는 자동차 기름탱크의 바늘이 바닥을 향하고 있으면 입에 침이 마르기 시작하고 가슴마저 뛰기 시작한다.

사람 값만 빼고 안오르는 것이 없게 물가가 길길이 뛰고있는 어느날 ,
모처럼 수박이라도 하나 사먹으며 속차려 볼까하고 멕시코 사람이 주인인 야채가게에 들렸다
주인이 반겨주었다.

” 헤이. 꼬레안. 오랫만이야. 올라. “
” 글셰 올라도 너무 올라.”
” 꼬모스따?  꼬레앙 축구 잘한다. 올라. “

한국 축구 잘하는 것도 알고 물가 오르는 거 알았다는데도 자꾸만 올랐다고 한다.

” 너 시방 누굴 약올리냐? 알았다는데 왜 자꾸 올라, 올라 그러는 거니? “
” 응. 내 올라는 그런 올라가 아니고 Hi, how are you? 그런 인사로 하는 Hola야. “

그제서야 내 무식한 걸 알아차린 난 공부 안한 것이 참 약올랐다.

                                                         * *

                                              ( What is your point?)

기온이 올라가고 습기가 높아지면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나기 쉽고 그래서 모두는
더 참을성을 잘 챙겨야 한다.

요즘 곧 풀린다던 부돈산 경기도 별로인데 모처럼 한 건이 성사될 것 같던 일이 잘 풀리지않아 부동산업자와 은행직원간에 끈적끈적하게 진땀나는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은행직원은 아까부터 이해할 수 없게스리 서류를 문제 삼으며 문제 삼고 있었다.

이제 참을성이 한계에 오른 부동산업자는 화가났다.
‘ So, what is your point? ( 그래서 네가 말하려는 요점이 뭐야? 융자를 해 준다는 거야, 못해주겠다는 거야?) “

그러나 은행의 수수료를 묻는 것으로 알아들은 그는,
” No. we don’t have point this time. “

이 두사람의 짜증스런 언쟁보다는 반측도 아닌데 페날틱 킥을 선언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월드컵 심판의 포인트에 나는 짜증나기 직전에 있었다.

                                                     * *

                                                 ( 주인공과 엑스트라)

내가
혹시라도 영화에 출현해달라는 교섭을 받게되는 천지개벽이 일어난다면
나는 주인공이 아니면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고 싶다.
그것은
단지 주인공이 돈을 많이 받는다거나 화면에 더 자주 나온다는
그런 천박하고 얍삽한 계산을 염두에 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래전에 본 한국 전쟁영화에서 싸우다가 똑같이 총을 맞았는데
엑스트라는 무슨 자세 한번 바로 잡을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숨을 멈추었는데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을 다 불러 모으고 하고싶은 말, 무슨 필요도 없어 보이는
옛날 얘기 같은 것 까지 다 하고나서도 또 한참이나 있다가 그러고도 죽는것이 아니라 날아온 헬리콥타를 타고 병원으로가서 치료를 받고 살아서
가족들과 재회까지 하던데…
내가 뭐때문에 주인공 하지말고 엑스트라라도 해서 쥐꼬리만큼이라도  받아 신라면 한 박스를 사 연명이나 하라고 당신은 지금 나에게 권유하고 있는건가?
” 나 주인공할래!”
이렇게 큰 소리로 잠꼬대 하려는 찰라에 누가 흔들어 단꿈을 깨우고 말았다는
썰렁한 이야기.        

                                                 ( 냉담 교우)

내가 냉담 교우가 된 건
순전히 그 사람들 때문이다

내가 냉담 교우가 된 건 내 담당의사 때문이다
그가 말하길,
” 호흡기관이 약하니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엔 갈 생각을 말라. ” 하였다.

내가 냉담 교우가 된 건 한약방 의사 때문이다
그가 말하길,
”  가슴에 열이 많으니 마음을 냉하게 먹고 끊어라. ” 하였다.

내가 냉담 교우가 된 건
그 용하다는 심령학자 때문이다
” 그가 이르기를,
” 당신은 친교실만 가면 다툴 수가 있으니 친교를 멀리하라. ” 하였다.

( 우리 신앙인은 이런 저런 이유로 냉담중에 있는 이웃을 남의 일처럼 나 몰라라
하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 가 하느님 곁으로 가까이 오도록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텐데 나같이 입만 따뜻하고 마음은 냉담한 것이 문제이니 나도 한번
한약을 한재쯤 다려 먹으면 효험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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