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벽에 걸린 달력을 보고 그날이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이란 걸 알고 해매다 해온대로 

특별한 생각없이 가서 이마에 재를 받아왔다.

 

거울앞에 서서 보니 검은 십자가 모양의 재가 이마를 덥고있었다.

바로 닦아낼까 하다가 좀 더 놓아두면 재의 십자가는 나에게 그뜻을 좀더 깨닫게 해줄것이란 희망으로 그냥 두고 잠이 들었다.

 나는 여전희 그 깊은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하와를 쫓아내시면서 주님이 하셨던 말씀,

”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라. “

 

 나는 과연 주님께서 나를 흙으로 보내실 시간이 오늘 저녁일지 아침일지나 알고 살아가는가?

나는 과연 땀흘려가며 흙을 갈고 올바른 씨앗이나 심으며 살아왔을까?

주님앞에, ” 예” 하고 답할 자신도 없었다.

이튿날아침에야 거울을 보니 재의수요일(Ash Wednesdaydml 재) 는 말끔이 지워진 채 다시 내 본래의 이마로 되었다.

이마처럼 평소의 떨떠름한 신앙의 길에 머믈기는 싫고 그래서 금요일에는 참말로 십자가의 길 순례행사에 끼려고

금요일오후에 교회로 갔었다.      여러 교우들은 벌써 모여와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한몫 대열에 끼자 신부님은 시작기도로 안내하셨다.   

모두 함께 기도문을 따라 외우며 14처를 돌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 차를 끓여 마시다가 벽에 걸린 십자가에 아직도 달려 계신 주님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새삼스레 가슴이 쿵쾅거리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예수께서, ” 너 사람아. 네가 지금 내가 걸아간 그 길을 걷고 돌아온 그 사람이더냐? ” 나에게 묻고계셨다.

난 찻잔을 내려놓고 고갤떨군 채 주님께 귀를 기울였다.  

” 염려마라. 지금 너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너와 내가 함께 그 ( 십자가의길 )을 걸어가보면 어떨까?

 

( 시작기도 )

네가 걷고자 하는 십자가의 길은 너 홀로 걷는것이 아니다. 내가 너와 함께 걷는다.

하지만,

너의 십자가의 길은 너의 삶으로 장식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 다만 기도문을 외우는 일로써만 이루어지지는 않으나  거기에서부터 비롯되므로 나는 반드시 그 순례대열에 참석해야할

당위성이 이루어진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었다.)

 

  제 1처

나는 빌라도의 손에서 나의 아버지의 뜻을 본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에게 순명한다.

너는 너의 일상의 삶속에 숨겨진 하느님의 뜻을 얼마나 자주 잊으며 또 거역하며 저항하느냐?

조금만 힘들고 어려운 고개를 만나면 주저앉아버리려 하거나 편하고 안일한 길을 탐하며 쉽고도 너른길만 찾아 헤메지는 않느냐?

너의 하느님이신 나는 세상에 머무는 공생활 내내 엷은 집신 하나에 의존하여 산에 오르고 들판을 가로지르며 오직,

너희들에게 진리를 깨닫게 하고자 발이 돌처럼 굳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걷고 또 걸었단다. 

산에서는 찬이슬에 젖어 밤을 새워 기도하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너희를 위해 기도를 바친다.

너는 어떠냐… 마련된 쌀을 전기밥솟에 밥을 짓고 따스한 방에 자고 일터로 차를 운전하는 것도 힘들고 귀찮게 여기며

오가는 중에 길모통이 위에 서 마주치게 되는 걸인행색으로 눈비에 젖어 섰는 나를 외면한 채 지나치진 않았느냐? 

 

제 2처

네가 져야할 너의 십자가들은 대부분 너의 일상에서 오는것들이다. 하느님께서 특별히 너를 위해 고르신 것들이다

그러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야 한다. 지금의 네가 힘들다고 말하려는 것이더냐?

방이 네마음에 넉넉치 못해 좁고 가진 재물이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것이냐? 

아니다. 그렇지 않구나. 오히려 너는 아직도 너무 부자가 아니냐? 생각해 보아라.

네가 늘 음식찌꺼기를 안만들려 애쓰고 그래서 욕심은 없다고 나에게 자랑스럽다 말하려는거냐?

그래도 너는 언제고 배불리 먹을수 있는 음식재료들이 광에 쌓여있는데다가 조심한다면서도 제법 버리지 않느냐? 

그래, 내가 널 다 안다. 지금 널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자, 함께 우선 이웃의 여러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드려다 보자꾸나.

저 많은 집에서 또는 일터에서 심지어는 교회의 식당에서도, 몸씨 조심해서 드믄 일이긴 해도 수도자의 집에서도

 음식물들이 찌꺼기가 되어 버려지고 있음을 우리는 함께 보게된다. 비단 바라보는 오늘만 그런것이 아니잖느냐?

어제도 그랬고 아마도 내일도 그러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난 후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 고갤들어 저쪽을 보아라.

다른 집에는서는 찌꺼기로 버려진 바로 그 음식들이 없어서 굶주린 창자를 부여잡은 채 죽어간 불쌍한 인생들이

누어있지 않냐 ?

그이들도 너와 같은 모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인간)이라는 거 아니냐 ?. 그들을 바라보며 너는 무어라 하겠느냐?

주님, 그래도 그이들을 도와주려면 우선 제가 먹어야 하고 건강해야 하잖아요.

그것이 고작 나에게 할말이더냐? 

지금 너의 옷장안을 드려다 보자꾸나. 웬 옷들이 많이 걸려있구나. 너뿐만 아니구나 

아직도 여전히들 잘먹고도 내다버리며 입은 게 많아도 여전히들 백화점엘 드나들지 않느냐 ?

그렇게들 곳간을 채우며 생활이 빠득하다 말한다.  (나 자신이 날 용서하기 힘들때가 많음을 실토한다)

그럼에도 너는 지금 내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을 걷고왔노라 고갤 빳빳이 세우고 있고나. 

 

제 3처

골고다언덕을 십자가를 지고 한 계단씩 힘겹게 오르던 나는 여기서 그 무게에 짓눌려 더는 견디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 너는 나에게 말하고 있다. ” 주님, 저에게 당신의 꾸준히 따라갈 힘을 주십시오. “

” 그 힘을 내 안에서 구하라. 그러면 나의 뜻과 함께 힘도 얻으리라. 

 

제 4처

” 너는 당신의 눈 앞에서 병정들의 돌팔매를 맞고 그들이 나의 얼굴에 침을 뱉어 모욕하며 채찍으로 때려 

온몸에서 피가 터지는 아들을 바라보아야 하는 나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

하느님의 아들이 피조물에게 당하는 수난도 아버지의 뜻이기에 참아 받으며 순명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안다고 말하느냐 ?”

지금 바로 너의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아라.

 

골목에서, 엄마가 갓낳은 핏덩어리 아기를 봉지에 싸서 쓰레기버리듯 내다버리고 있는 저 여인의 뒷모습을 보느냐 ?

이 골목저골목에서 엄마들이 찾아와 돈을 치르고 누어 자신의 모태에서 아직도 숨쉬고 있는 자신의 생명체를 마구 잘라내고

죽여서 내다버리는 걸 너는 보느냐 ? 

그렇게 버려지고 있는 나의 귀한 생명체가 날이면 날마다 큰 산을 이루듯 쌓여가는 그 꼴들을 너는 보고있느냐 ? 

그리고도 너는 성모님의 아픔을 안다고 말하겠느냐 ? “

 

제 5처

” 너는 누구더냐 ? 시몬 ( Simon ) 이라 했느냐 ?

로마병정이 넘어진 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도우라고 시골에서 올라오던 그 청년을 불렀다. 

네가 시몬이 되어 날 돕는 일은 멀리있는 게 아니다. 생활이 어렵다는 구실로, 또는 ( 아이 키우기 )가 힘들고 귀찮아서

그 어떤 이유로든 아무 생각도 없이 귀한 생명체들을 죽여서 버리는 이들을 찾아가서 그들의 잘못되고 볼법인 행위들을

깨우쳐주고 그들의 힘든 처지를 도와주며 그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그일들 이야말로 네가 시몬이 되는 길이다. 

또한 이런 일들을 함께 살펴보자. 배고픈 이의 창자를 음식찌꺼기를 줄임으로써 모아지는 돈으로 채워주며 또 발을 절며

걷는 이를 부축해주는 일들이 곧 시몬이 되는 길이다.   “

 

제 6처

” 내 얼굴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거냐 ? 내 얼굴에 고인 피와 땀을 베로니카가 하였듯이 너도 그러겠노라 말하려는 거냐 ?

이에 앞서 내가 누누이 지적했듯이, 가난한 이들, 고통속에 살아가는 이들, 이웃들로부터 소외되어 외로워하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벗이되어  위로해 주며 그들의 찌든 마음을 닦아주는 그곳에 바로 내 얼굴이 있다. 

 

제 7처

 나는 이제 나의 기력이 다 하여 자갈길 위에 그만 두번째로 넘어져 있다. 

하지만, 네가 하느님의 뜻에 쫒아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이젠 더 이상 움쭉 못할것만 같다고 여겨질 때에는,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를 쉬게하겠다.

무거운 짐진자, 너를 쉬게하겠다. 

 

제 8처

내가 몇번이나 에루살렘의 자녀들을 불러모으기를 고대했던가 ?

너는 기억하느냐 ?

저 로마 에게서도, 아비용 에게서도, 그리고 또 다른 세사람이 서로 스스로 교황이 되어 나의 교회를 쪼개고 분열하여

나에게 아픔을 가져다주었던 그 시절을 기억하겠느냐 ? 

또 너는 기억하느냐 ?

베드로의 집을 뜯어 고치고도 또 고치느라고 고백성사를 받으로 온 양떼들에게 죄를 사죄해준다는 명분으로 돈을 받음으로써 

거룩함을, 그 성사를 욕되게 헤서 나를 아프게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느냐 ?

그렇게 해서 지어진 성전들, 그렇게 해서 바치는 제물들이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리라 여겼더냐 ?   

 그런 어리석은 사건들이, 

그리고 또 하나의 어리석은 자, 루터( Martin Luther )에게 좋은 빌미를 주어 그로 하여금 많은 양떼를 유혹하여 이끌고 나가

잘라져 나간 가지들을 만들게 하였고 오늘도 여전하게 이어져 가게하는 좋은 구실을 만들어준 수치스러운 사건이었다. 

그에서 그치지도 멈추어지지도 않았었다.

오늘도 교회들을 드려다 보아라.

그 교회들, 나의 성전안에서는 또 얼마나 역겨운 다툼들이 벌어지고 있느냐 ? 그래서 그 다툼들이 지겨워 많은 양떼들이

떠나가고 있지 않느냐 ? 이미 떠나간 수많은 ( 냉담자들 )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일에 과연 너는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하려 하느냐 ?

너 뿐이냐 ? 일꾼들도, 심지어는 사제들마저도 손놓고 바라만 보고있지는 않느냐 ?

그렇다고 주님, 제가 무엇을 할수있나이까? 그렇게 말하려는 것이더냐 ? 이 게으르고 나태한 자야 !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

 

제 9처

이제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힘들고 지친 나는 세번째 자갈밭위에 쓰러져 누어있 는 나에게 너는 고작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주님 주님께선 잠시 쉬신 다음,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며 걸어가시는 것을 봅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 의지는 저의 것이니까요.

” 정말 너에게 그런 의지가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냐 ? 그래, 나는 너를, 너의 의지를  믿겠노라.

 

제 10처

보라 ! 

가장 가난하게 살아온 ( 왕 )의 모습을. 아무것도 가지지 않으므로서 나는 그 모든것을 소유한다.”

”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주님, 이 게으르고 나약한 죄인은. 매일아침이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또 어떤 멋있는 걸 골라 입을까

아니면, 무슨 일을 도모하면 더 많은 재물을 얻을수 있을까 그런 일에 마음을 쏟게됩니다.

그뿐 아니고 좀 더 새차를 타고싶어 하며 좀 더 너른 집에 가족들과 살았으면 그런 욕심들을 멈추기 힘들어 합니다. 

저의 눈에서 눈가리개를 떼어내 주십시오. 주님의 침제자가 되기 위해 다시한번 결심하겠나이다.

 

제 11처

   이제 나는 십자가에 달렸다.

병정들이 나의 팔과 다리를 묶어 누이고 내려치는 망치에 무겁고 큰 못들이 나의 살을 뚫는다.

그러면 못을 박을 때마다 나의 머리속에서는 폭탄이 터지는듯한 고통에 휩쌓이게 된다.

” 너, 사람아 내가 느끼는 그 고통이 과연 어떤 것인지 상상조차 할수 있겠느냐 ?

나를 너를 믿겠다, 나의 분신아. “

 

제 12처

나는 이제 십자가위에서 인간으로서의 이승의 삶을 마친다.

내 곁에는 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두 강도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나에게, 네가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어서 내려와 보시지. 하며 빈정대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주님 낙원에 계실 때에 저를 기억해주십시오, ( 루까23 ) 한다.

과연 너는 어떤자가 되려하느냐 ? 가라, 가서 나의 제자가 되어라. 네 이웃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여라.

 

제 13처

” 주님, 주님의 미사는 완성되었나이다.

당신의 어머니, 성모님께서 그 수난을 나눔으로서 수많은 영혼들이 구원되었듯이 이 부끄러운 죄인도 

주님의 뜻에 따라 삶을 장식함으로서 저도 주님께서 맡기신 이땅에서의 미사를 완성할수 있도록 굳게 다짐합니다,

 

제 14처

무덤에 묻히신 예수님, 이렇게 말씀하신다.

” 모두들 잘들어라.

 회개하라. 회개하지 않으면 망하리라 ! ( 루까 13)

 

나는, 십자가의 길 순례에 다녀와 집에서 차를 끓여 마시다가 피곤하여 잠시 눈을 감았었다.

비몽사몽간에 어느새 나는 골고다언덕아래 앉아있었다. 언덕위를 올려다 보니까 예수께선 여전히 십자가에 달려 계셨다.

그런데 예수님을 빈정거리던 그 강도의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십자가는 어느새 까마귀 새가 물어다 내 발치께 옮겨놓았다. 어리둥절한 내가 까마귀에게 물었다.

너의 주님께선 어서 일어나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너라 하셨다며 그 강도의 것이 가장 무거운 것이었다고 했다.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거니와 난감했다. 

까마귀는 얼른 가서 보고해야 한다며 서둘르라 재촉하고 있었다. 어쩌는 도리는 없었다.

즉시 일어나 십자가를 어께위에 올려놓으려고 했지만 전혀 꿈쩍도 안했다 나의 주님께서 무슨 힘으로 지고 가셨을까.

꾀를 부릴순 없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였다. 

골고다언덕위에선 주님의 말씀이 이르시기를, ” 어서 너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라. “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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