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들렸다가 영화 한편을 빌려와 보았습니다. 제목은 묵시록(Revelation)이었습니다. 전에 성경공부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아서 제목이 눈을 끓어 가져왔지요. 영화였지만 성경말씀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실감나게 공포감에 휩쌓여 손에 땀이 배는 긴장감으로 지켜봤습니다. 인쇄된 글인 성경말씀만으로도 무서웠던 기억이 더욱 그랬습니다.
그날 방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서 시커먼 구름속에 갇혀서 빠져나오려고 헤매다가 누군가에 이끌려 어느곳으로 갔습니다.
어느 골짜구니같은 곳이었는데 다가서자 그안으로부터 악취가 진동을 하고 모래알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 골짜기를 빈틈없이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좁은공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무엇엔가 짓눌려 고통스러워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쓰며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마치 서로 네탓이야. 너 때문이야.. 그러는 것 같이 들렸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무리가운데는 그들이 세상에 살고있을 때 알았던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고 또 티비화면같은데서 본것같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를 알아본 이들이 갑자기 마구 다투듯이 다가와 제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이들은 한발짝도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소리를 질러, 제발 자기들 손을 잡아 그곳에서 끄집어내달라고 했습니다. 단 한순간도 쉴 틈도 없이 조여오는 고통은 차마 견딜수가 없다고 잠간만 나가 쉬고 다시 들어올수 있어도 살것같다며 호소했습니다.
그들도 내가 그이들을 구해줄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는 걸 알지만 너무 죽도록 고통스러우니까 아무라도 잠시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그곳에선 고통을 벗어나려고 죽고싶어도 죽을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고통스런 과정이 도대체 언제면 끝날것인지 조차 알지못한다고 했습니다. 오직 재판관께서만 알고계시다고 했습니다.
제가 가까이 있는 이에게 물었습니다. 여기가 어디이며 무엇하는 곳입니까. 하고. 여럿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습니다. 연옥이에요. 그런데 제가 알아본 그이들은 한결같이 제 기억속에 선하고 교회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고 그랬던 기억들 뿐이어서 참으로 의아스럽고 혼란스러웠습니다. 그이들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모두 고개를 숙이거나 돌려 시선을 피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크나큰 번민과 고통스런 마음에 휩쌓이고 말았습니다. 저렇게 선해보였고 착했던 이들이 저런 고통을 겪어야한다면 그이들보다 열배, 백배, 천배도 주님앞에 올바르지 못하고 선하지도 않으며 위선적인 사이비믿음의 사람인 나는 과연 얼마만큼 더 무섭고 극심한 형벌을 각오해야 할것인가 헤아릴수 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공포감에 짓눌린 나는 오히려 그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 아 나는 어떡하면 좋은가요?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그이들이 합창하듯 응답했습니다.
“다른 방법없어요. 없다구요. 이제부터라도 돌아가거던 당신이 눈으로만 배우고 입으로만 외우던 그런 엉터리짓 멈추고 성경을 통해 가르쳐주신 하느님말씀에 따라 사시오. 그렇게 할수있는 당신은 행운아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리치는 나의 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꿈이었습니다.
온몸이 식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떠 현실로 돌아온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이들에게 약속한, 그이들이 일러준 바대로 과연 내가 이제부터 그렇게 살아갈거라고 내자신에게 확인해줄수 있을까?
이미 자신있다고 확답하지 못하고 머믓거리는 내가 침대에서 걸어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나는 어제까지 살아왔던 그 어정쩡한 모습 그대로 오늘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늘 그래왔던 바처럼 그길을 또다시 걸어갈 것이라는 두려워진 마음으로 세수하고 아침거리를 찾아먹으려고 부얶을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