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옛날이야기

 

우리가 가나다라 공부를 시작하면서 아마 제일 먼저 들었고 배웠던 옛날 얘기는 단군 할아버지 얘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군 신화처럼 성서에서 제일 먼저 듣는 옛날 얘기는 창조 신화입니다.

 

창조신화. 하느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세상의 해와 별 또는 모든 만물을 지어내셨다는 창세기의 얘기는 설화 혹은 신화 (myth) 입니다. 창세기에서 말하는 그대로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고 만물을 그렇게 창조하셨다고 믿으면 곤란한 문제겠지요. 우리가 곰의 후손으로 마늘만 먹고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믿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이 창세 신화를 통해 알아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하셨느냐는 방법론이 아니고 그분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믿는 믿음과 하느님께서 마땅히 이 세상의 주관자이셔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혼돈의 상태에서 세상의 모양()을 갖추어 가시면서 그분의 창조가 시작되었습니다. 각 모양의 꼴이 갖추어질 때 그분께서는 보시니 참 좋더라라고 감탄하시는 마음까지 말입니다.

 

내 개인의 창조에 대한 의문을 품습니다. 물론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한 의문이 아니고 내가 지금 꼴을 어떻게 갖추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 말입니다. 꼴을 갖추지 못한 상태가 혼돈이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내가 지금 혼돈의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활이 뒤죽박죽되어지면 눈앞이 캄캄해지는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꼴을 갖추기 위해 내안에 갈라놓아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갈라놓으면서 정리하고 또 꼴을 갖추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내가 갈라지지 않고 정리되지 않아 꼴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나는 도대체 누굴까 하는 의문들이 들어와 더럭 겁이 나더이다. 과연 하느님께서 나를 보시고 보시니 참 좋더라하실 수 있으실까?

 

내 안에 있는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또 내 마음의 꼴을 갖추어 가지 못한다면 성서가 말하는 창조 설화는 그저 내겐 믿기 어려운 옛날 얘기 혹은 의미도 없어진 신화에 불과한 것이 되지 않을까도 싶었습니다.

 

창세기의 말씀은 내게 묻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고요. 창조되어진 너 안에 네가 꼴을 만들어 가고 네 꼴에 대한 값을 네가 치러야 할 텐데 과연 준비 되었는가? 네 꼴에 대한 값은 하고 사느냐고 말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답답하기 그지없이 어느 가수가 노래한 가시나무(?)라는 노랫말뿐이더이다.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이 없네….”

 

무척이나 많은 것들을 다음으로 미루어 두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루는 것은 영원으로 미루는 것과 같음도 알면서 바쁨을 핑계로, 옆 사람들을 핑계로 이리저리 미루고 있습니다. 여태껏 미루어 온 것들을 이리 자르고 저리 자르며 꼴을 갖추어 가는 내 영혼의 꼴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내 안에 자리 잡은 이리저리 엉클어진 가시덤불도 밀어내며 그분의 쉴 공간과 내가 쉴 공간도 함께 만들어 가면서 말입니다.

 

보니시 좋더라 하신 그분의 말씀은 진리일진데,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창조 되었을진대,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지, 내 꼴은 어떤지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공동체는 어떤 꼴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기에 앞서 내 꼴을 보야 함에도 일에 지쳐 이리저리 밀고 당기는 내 모습이 꼴을 갖추어 가는 것은 아니고 내가 갖춘 꼴에 대한 값을 치루는 것은 아님을 알면서도 게으름에 머물러 어둠을 찾아가고 혼돈을 자초하고 있는 내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보시니 참 좋았다 하신 그분의 말씀이 우리 모두에게 다시 들려지는 소리였으면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게 창조된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 Fr. 김 두진(바오로)C.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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