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사람이면서 또 다른 한국사람 흉을 본다면
누어서 침을 뱉는 격이 되는 게지만,
내 얼굴에 침이 도로 떨어진대도 꼭 봐야 할 흉이 하나 있다.
가끔 한국방송을 보게되면
눈쌀 찌프리게 되는 꼴불견 광경이 하나 있다.
남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나 혼자만 그걸 흉 잡아 꼴불견이라 하니 그러는 내가 오히려 꼴불견일지도 모른다.
운동경기를 하는 경기장에서도 또는 방송국무대에서 벌이는 각종 게임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듣게되는 구호가 있는데 바로, 화이팅 하고 왜쳐대는 구호 그 얘기이다.
운동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힘 내서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왜치는 화이팅이야 어울리기도 하는 구호일 것이다.
엄격한 의미에선 운동경기라고 해서 싸우라는 것이기 보단 선의로 경쟁하라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경기중 선수끼리 싸우게 되면 반칙이 되고 벌측이 따라온다.
유독 아이스하키만은 선수끼리 싸워도 다른 선수들은 물론 심지어 심판까지도 한 선수가 먼저 바닥에 넘어질 때까지 모두 곁에서 구경하고 있지만 그것도 여론이 나빠지고 하니까 이젠 심판이 싸우려는 선수 틈에 껴서 말리곤 한다.
어쨋든 운동시합에서 선수끼리 또는 응원팀이 왜치는 화이팅이야 이해한다 치고라도 한국사회에선 무슨 명목의 모임에서던지 모이기만 하면 무작정 일단은 , ” 화이팅 ! “을 왜쳐대며 그걸 남용하지 않나 해서 볼쌍 사나울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사원간의 단합을 위해 회식하는 자리에서도, ” 화이팅 ! ” 을 왜치고
부부가 방송국에 나와 나뉘어 퀴즈게임을 하면서도 각각 화이팅을 왜친다.
게임이 끝나고 집에가서 싸우지 않을까 괜한 걱정이다.
가령, 백조의 호수 를 연주하러 나가는 딸아이에게 무대뒤에선 엄마가 ” 화이팅 ! ”
무엇 하라는 뜻일까.
클라식 연주 대신 들고 나간 악기라도 부수며 싸우고 들어오라는 거야 아니겠지만.
그러느니 차라리 갖난 아기 젖을 먹여 재우려는 엄마가 슈벨트의 자장가를 불러주며 어서 잠들라고 화이팅한다면.
아무튼 본 것들을 다 기억해낼 수도 없지만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도 가리지 않고 화이팅들을 너무 자주 많이
왜치는 한국사회의 풍경이 아닐지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람들이 유난히도 잘 싸우는 건 아닐까…
국회의원이 수류탄까지 들고 와 국회에서 싸우고,
서울시장이 되서 잘 하겠다고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 앞에서 후보자가 왜친다. ” 화이팅 ! “
노동조합과 회사가 싸우고 검찰과 경찰이 싸우고 학생과 선생님이 교단에서 싸운다.
왜 우리 귀한 자식을 나무라느냐고 학부모가 찾아와 선생님 멱살을 잡고 학생들 보는데서 싸운다.
난 이런 분위기에선 선생노릇 못하겠다고 교장실에 가서 싸운다.
음악선생과 미술선생이 예술성이 부족하다며 서로 싸운다.
등록금을 반으로 깎으라고 싸우고 그렇게는 못한다고 싸운다.
남의 논문을 베껴 속이고 들어왔으니 사표 쓰라고 싸운다.
일단 뽑았으면 그만이지 이제 와서 왜 그만두라고 하냐며 싸운다.
새로 쌓은 벽을 보호하려고 ( 낙서하지 맙시다) 그렇게 썼는데 왜 그런 걸 썼느냐고 싸운다.
일부러 페인트를 사다가 (소변금지) 그렇게 힘들여 써 놨는데 술주정뱅이가 (지금소변) 이라고 고쳐놓고 어질러 놨다고 아직 덜 깬 얼굴로 싸운다.
너무도 싸우기만 해서 짜증난다고 이젠 좀 그만 싸우라고 말리면서 싸운다.
여기서도 싸우고 저기도 싸우니 세상은 요지경 되고 말았다.
”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대로 산다
얘들아, 내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
저렇게들 싸움질만 하니 더는 못 봐주겠다고 싸움 말리고 사이 좋게 살자는 평화운동 캠페인을 벌이겠노라고
의인이 나섰다.
모처럼 바람직한 운동을 하려는 의인이 고맙다.
부디 그이가 성공하여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난 그이를 응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왜쳤다.
” 화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