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연중 제19주일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야기한다. 아브라함은 75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하느님께서 떠나라 하시자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 향한다. 75세라면 고향을 떠나 산 사람이라도 오히려 귀향을 생각할 나이고, 하던 일도 정리하고 노후를 즐길 나이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믿었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또한 아브라함은 100세에 얻은 늦둥이 외아들 이사악을 하느님 제단에 바치려 했다. 이런 아브라함을 우리는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른다. 해서 신앙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며,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노후만을 생각하며 보내는 것이 아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뜻이라면 도전과 위험을 감수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아 떠나는 도전이다.
오늘 1독서의 지혜서의 저자는 독자인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출애굽(이집트 탈출)을 상기시키며 하느님의 약속을 굳게 믿으라고 권고한다. "해방의 날 밤이 저희 조상들에게는 벌써 예고되었으니, 그들이 어떤 맹세들을 믿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용기를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지혜 18,6) 라고 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업적과 은혜로운 개입, 특히 하느님께서 기적으로 당신 백성을 이끄시고 충실한 이들에게 상을 베푸시고 당신 계획에 반대하는 이를 심판하신 파스카 해방에 대하여 묵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약속하신 내용은 꼭 이루어지고 만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언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래도 아브라함은 믿었으며 지금 당장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은 꼭 성취되리라 믿었다.
믿음은 우리 존재를 위한 탁월한 기초가 된다. 믿음으로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특별한 은총을 얻을 수 있다. 믿음 없이는 희망도 사랑도 없으며, 사랑 안에서 하느님 뜻에 대한 헌신도 없다. 이런 믿음으로 하느님께 인정을, 곧 하느님 앞에서 의인으로 인정받는다. 사실 믿음은 기다림과 여정과 갈망이며 이 땅을 넘어 본향을 찾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믿음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멀리서 그것을 보고 반겼습니다." (히브리 11,13)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에 희망을 두는가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 믿음이란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미래를 약속하신 하느님께 믿음을 갖는 일이다. 언젠가는 그 약속이 성취되고 그 말씀이 이루어지기에 꾸준히 충직하게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말씀이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사람의 아들은 우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늘 허리에 띠를 매고 준비된 종처럼 그분을 맞아들일 등불을 켜고 있으라 신다.
지난 주일에 말씀드린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사라지는 것들이며 허무일 뿐이다. 우리가 손에 쥐고 있고 주머니에 넣어 둔 것들도 영원한 재산이 아니다. 혹시 우리를 위한 세상임을 잊고 사는 사람이라면 볼 수 없는 것이겠지만, 등불을 켜고 하느님 사랑의 허리띠를 맨 사람이라면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 만큼 더 청구하신다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참된 기다림 이란 무턱대고 가만히 누워 사과가 입안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며 주인이신 주님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복음말씀이다. 우리게 내일은 확실한 내일이 아니라 불확실한 내일이다. 어제가 있었고 오늘이 있었기에 내일도 있으리란 막연한 희망일 뿐이다.
"그 종이 '주인이 늦게 오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하인들과 하녀들을 때리고 또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 내 맘에 안 들어 마구 때리고, 먹고, 마시고, 술에 취하고, …….. 모두 자신만을 위한 행위다. 만약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아직도 내 자신만을 위한 삶에 만족한다면 우리는 지금인 오늘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허망한 내일에 사는 사람일 것이다.
내일 무엇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준비된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 여기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재능, 시간, 돌봄, 지금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은 엄청 많다. 허리에 띠를 매는 것은 나를 위한 동작이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등불은 자신을 위한 등불이 아니라 주인을 기다리며 주인께 비춰드릴 등불, 즉 남을 위한 등불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에 속지 말고, 내일에 속지 말며, 허리에 띠를 맨 사람처럼(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등불을 켜 들고 서 있는 사람처럼, (이웃을 비춰줄 등불을 켜고) 허무를 쫓아 가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참 행복의 빛을 비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미래가 불확실함에도 아브라함은 준비된 사람으로 주님을 믿었다. 그래서 믿음의 조상인 그는 준비된 자로(be ready)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부르심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히브 11 ,8)
우리는 "준비되었나?" Are you rea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