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에 뭐하려고 왔나? 얼굴 하나 보러 왔지. 세상이 무슨 소리, 무슨 소리 해도 얼굴 하나 볼라고 왔지. 세상에 나돌아 다니는 찌그러진 얼굴, 근심 많은 얼굴, 남을 괴롭히려는 얼굴, 별의별 얼굴이 다 있는데 참 평화로운 얼굴을 볼 수가 없구나. 함석헌 선생의 글이다.
사람은 결국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그 얼굴 안에서 사랑을 느끼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세상에는 찌그러진 얼굴, 지친 얼굴, 화난 얼굴은 많은데 정작 평화로운 얼굴은 찾기 어렵다.
제자 필립보가 예수님께 청한다.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쉽게 말하면 “하느님 얼굴 한 번만 보여주세요.”라고 청을 드린 것이다. 이건 필립보만의 질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질문이다. “하느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신가?” “정말 계시다면, 나는 왜 그분을 못 보고 느끼지도 못하는가?” 그런데 예수님의 대답은 예상 밖이다. “너는 이미 하느님을 보았다.”하느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이미 우리 눈앞에 계신다는 뜻이다. 어디에 계실까? 문제는 우리는 아직도 그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장차 제자들과 영원한 파스카를 지내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성부께 올라가셨다가 그들을 데리러 다시 돌아오신다고 하신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이 성부께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신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한다. 예수님의 말씀의 ‘길’은 예수님 자신을 가리키리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다. 토마스가 이렇게 말한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토마스는 ‘어떻게’에 묶여 있다. 토마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라, 실은 예수님이시다. 우리는 자꾸 내가 원하는 모습의 하느님, 내가 상상한 예수님만 찾는다. 그래서 늘 이렇게 묻는다. “어떻게?” “왜?” 우리도 토마스처럼 방법을 찾지만, 예수님은 방법이 아니라 ‘길 자체’라고 말씀하신다.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길을 어떻게 압니까?"라며 당황스러워 했지만,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나는 길이고, 진리이고, 생명이다.” 이 말은 “나를 통과하지 않고는 진짜 삶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바로 길이고, 진리고, 생명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예수님만 믿고 따라오면 그분이 곧 목적지로 가는 길이 되어주신다. 진리는 가짜 뉴스와 속임수가 판치는 세상에서, 예수님만이 변하지 않는 진짜 기준이 되어주신다. 생명은 죽음의 공포나 절망이 덮쳐 와도, 주님과 함께라면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다.
요즘은 기차표도, 식당도, 영화도 예약 없이는 이용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는 어떨까? 하늘나라를 예약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항상 준비하는 마음 곧 "내일 해야지"가 아니라, 오늘 당장 주님이 오셔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이다. 아침에 눈뜰 때 감사하고,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라도 '이게 하느님의 뜻일까?' 고민하며 겸손하게 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사의 습관을 갖는 일이다. 뭔가를 대단하게 해내서 보답하겠다는 마음보다, 매 순간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하는 마음을 주님은 더 기뻐하신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간다고 한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내가 정말 주님을 사랑하고 그분과 함께 살아간다면, 굳이 하느님 얼굴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내가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 내 삶에서 예수님의 향기가 날 때 내 얼굴이 바로 하느님의 얼굴이 된다. 그래서 오늘 이 말씀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하느님의 얼굴을 찾지 말고, 그 얼굴이 되어라.”
유럽의 한 수도원에 이렇게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나를 '길'이라 부르면서 왜 따라오지 않느냐? 나를 '빛'이라 부르면서 왜 바라보지 않느냐? 나를 '주님'이라 부르면서 왜 주인으로 모시지 않느냐?"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 살지만, 세상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을 닮아 세상에 예수님의 얼굴을 보여주는 우리였으면 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