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7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 Fr. 김두진(바오로)강론

6 7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우리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해 보았으면 한다. 나는 미사 중에 사제가 빵을 축성하면 예수님의 몸으로 변화되고, 또 포도주와 물을 섞어 축성하면 예수님의 피로 변화된다고 믿는가?교회헌장 제11항에 그리스도인의 생활 전체의 원천이요 그 절정이 성체성사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성체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은총을 주실 뿐 아니라, 실제로 그분 자신을 내어 주는 복된 성사이다. 왜냐하면, 이 가장 거룩한 성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실로 또 구체적으로 현존하시기 때문이며 이로써 이 성사는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다(토마스 머튼, 「생명의 빵, 12)는 표현처럼, 성체성사 안에 우리 신앙이 완전하게 요약되고 집약돼 있어 우리가 성체성사 자체를 부정한다거나 의심한다든지 혹은 그 의미를 상징적인 것으로 축소한다는 것은 그리스도 신앙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오늘 성체성혈 대축일을 맞아, 미사 중 성체를 받아 모실 때 마음속으로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고백해 보았으면 좋겠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이 작은 빵 안에 주님이 참으로 살아 계심을, 그리고 이 부족한 저를 사랑으로 먹여 살리고 계심을 믿습니다.

 

신앙은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1 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광야 시절을 절대로 잊지 말라고 거듭 당부한다. 아무것도 없는 거친 사막에서 매일 아침 만나를 먹이시며 살려주셨던 하느님의 손길을 기억하라는 뜻이었다. 사실 우리의 믿음도 기억에서 출발한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문득 그때 하느님이 나를 도와주셨지, 그때 나를 위로해 주셨지 하고 기억해 낼 때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가 피어오른다. 성체성사를 뜻하는 그리스어 에우카리스티아(Eucharistia) 역시 감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결국 성체를 모시는 사람은,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매일을 감사로 채워가는 사람이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라고 복음에서 예수님은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 살을 먹으라는 거지? 하며 수군거렸고, 심지어 무서워하며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파격적인 말씀을 거두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예수님이 주시는 이 빵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우릴 위해 전부를 쏟아 부으신 당신의 목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당신 자신을 완전히 갈아 넣으신 사랑의 결정체인 것이다.

 

그 뜨거운 사랑이 수천 년이 지난 오늘 까지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성체를 모시는 것은 주일이니까 성당에 가야 하는 지루한 의무가 아니다. 성체를 모시는 건 내 영혼에 예수님의 에너지를 주입하는 일이다. 그래서 성체를 모시는 것은 건 먼발치에서 그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내가 하나가 되는 짜릿한 일치의 순간이다. 그분의 마음을 배우고, 그분을 닮아가며, 내 곁의 이웃들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성체를 모시기 전, 내 마음의 방이 그분을 모시기에 부끄럽지 않은지 슬며시 돌아보라고 조언 한다. 그 에너지가 채워지면 바오로 사도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이라고 했던 고백처럼 신기하게도 우리의 말 한마디, 생각 하나, 행동 하나가 조금씩 예수님을 닮아간다.

 

지난주 삼위일체에 이어 이 성체, 성혈의 신비를 인간의 머리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미경을 가져와 성체를 관찰한다고 해서 예수님의 DNA가 나오지는 않는다. 성체성사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사랑과 믿음의 영역이다. 중세의 위대한 사상가 성 토마스 아퀴나스도 성체 앞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두 가지 허울 안에 분명 숨어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 수록 전혀 알 길 없사옵기에 내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오이다.(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 내 지식이 아니라, 성령께서 우리 마음의 문을 열어주실 때 비로소 우리는 이 작은 빵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을 알게 된다.

 

그래서 성체를 모신 우리는, 그 사랑을 내 안에만 가두어두지 말아야 한다. 내 안에 들어오신 예수님은 지금 외롭고, 지치고, 소외된 이들에게 내 발걸음을 통해 다가가길 원하신다. 성체의 신비는 혼자 간직할 때보다, 세상 속에서 내 삶으로 나누어줄 때 비로소 진짜 빛이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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