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tation Free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어느 수사님께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오셨습니다. 하루는 수도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계신다기에 미국에 먼저 온 사람으로 혹시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물어보러 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수도원 도서관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수 그리고 재떨이와 담배를 도서관 책상 위에 버젓이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시며 책을 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깜짝 놀라 여기서 음식도 못 먹고 음료수도 못 마시며 더더욱 담배는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씩 웃으시며 손가락으로 표지판을 가리키셨는데 도서관 문 앞에 ‘Food free, smoke free’라 쓰여 있었습니다. 한국식으로 번역한다면 Food free 음식 자유, Smoke free 담배 자유이니 편하게 음식 먹으며 담배 피우는 것으로 생각될 것입니다. 그때 문득 자유롭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절제와 자유롭지 못함을 선택해야하는지를 생각했었습니다.
더 풍성한 삶을 위해 결혼을 하지만,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좋은 엄마 혹은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싶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유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느님은 우리를 이렇게 속박하고 싶어 하시는 분이 아니실진대 왜 자유의 이름 아래 하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도 많을까요? 지난주의 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에도 왜 유혹을 받으셨을까요? 유혹 없는 세상이 더 자유롭고 더 편한 세상일진대 왜 예수님은 굳이 유혹을 이기셔야 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Temptation free는 유혹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반대로 유혹 안에서 자유로운 선택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하지 않을까싶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사순 첫 주일을 지내면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유혹을 받으시는 내용을 보게 됩니다. 먼저 40일이 의미하는 바는 「어떤 중요한 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서 의미를 가집니다. “예수님이 40일간 광야에서 지내셨다”는 것은 세상 구원을 위한 충분한 준비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의 40일은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매우 거룩하고 중요한 시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유혹은 무엇입니까? 자유로운 선택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 자유를 위해 나를 비워내듯 십자가의 선택이라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성욕이 없다면 세상은 존속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성욕이 있기에 다른 사람이 내 유혹의 대상이 된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질투가 없다면 세상의 발전은 그리 빠르지 못할 것입니다. 가지고 싶은 것과 또 얻고 싶은 것이 있기에 오히려 우리는 발전하고 또 생산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성욕이든, 재물 욕이든, 어떤 욕망이든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라면 악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문제가 됩니다. 지나친 것은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하듯 지나친 욕심과 사심이 우리를 더 나쁜 곳으로 데려가게 합니다. 같은 이슬을 마시는 젖소와 뱀이지만 젖소는 우유를 만들어 내고 뱀은 독을 만들어 낸다는 말처럼 우리가 무엇을 가슴에 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소화해 내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유혹을 받으셨듯이 우리도 유혹에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유혹이 있기에 우리는 더 신앙인처럼 살 수 있습니다. 유혹은 악의 세력이지만, 그 악은 밖에 있는 대상이 아니고 내안에 있는 무엇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우리에게 욕망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무미건조하고 활력이 없는 삶이 될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욕망들이 죄를 짓는 기회가 아니고 선을 행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의 욕심이나 우리의 유혹들은 십자가를 만나고, 하느님을 만나는 또 다른 기회이지 싶습니다.
이번 사순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참 자유를 알게 하는 부활의 준비 기간이었으면 합니다. 40일의 여정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알고 그분의 부활을 배워가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유혹 앞에서 하느님을 선택하여 선을 행하는 지혜를 배워가는 시간이면 좋겠습니다. Temptation Free가 유혹이 없는 것이 아니고 유혹 안에서 자유로운 선택임을 깨달아 하느님의 은총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Fr. 김 두진(바오로) –